여성학자 박이은실 선생님의 ‘왜 화장은 여성의 일인가’ 강연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임에도 많이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모든 것은 인정욕구에서 시작됩니다. ‘살 많이 빠졌네?’, ‘예뻐졌네?’ 등등 외모에 대한 타인의 긍정적 평가는 인간을 기분 좋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인정욕구에는 한계가 없고 타인의 칭찬은 [지금보다 더] 날씬한 몸과 예쁜 얼굴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외모에 대한 평가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여성은 없습니다. 그리하여 거식증의 90% 이상은 여성이고 화장을 하지 않는 성인 여성은 거의 없습니다.
여성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나긴 세월, 남성과 여성 간 권력 관계의 비대칭,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성의 이미지, 외모를 하나의 지위재로 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 등등 많이 요소들이 혼합되어 여성에게 화장 권하는 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SNS 좋아요 개수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얼굴을 숫자로 평가하는 시대도 한몫을 합니다.
식품의 성분은 깐깐하게 살펴보지만 화학물질인 화장품 성분에 대해서는 무던한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일조한 화장품 제조업체들에게 안전한 성분의 화장품을 만들 책임이 당연하게도 있다는 것이죠.
‘화장은 나쁜 거니까 하지마!’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화장이 하고 싶지 않은 여성도 화장을 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하여, 구성원 모두가 상관관계에 있음을 인지해야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왜 화장은 여성의 일인지> 묻는 것이 이 인지의 시작이겠죠.